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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90대 여의사의 일과 삶 《백세 현역이 어찌 꿈이랴》

2017.01.12 11:26

《백세 현역이 어찌 꿈이랴》라는 책을 쓴 분이 1926년생 한원주씨이다. 




1926년생이면, 우리 나이로 91세이다. 여기 현직 의사로 근무하는 90대 상노인이 있다. 경기도의 매그너스 요양병원 내과과장으로 근무하는 책임지고 있는 한원주 선생이 그 주인공이다. 


‘백세시대’가 회자되는 요즘이지만, 이 나이쯤 되면 기력이 떨어지고 정신이 흐릿하다고 해서 이상할 게 없다. 아무리 의술 발전이 눈부시다고 해도, 이는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 종의 자연스러운 생로병사의 원리이다. 오죽했으면, 농촌의 한 구십대 노파가 장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죽을 만하면, 애들이 병원에 데려가 살려놓는다.’고 한탄 아닌 한탄을 했을까. 건강도 온전하고 정신도 말짱하고 합당한 소일거리도 있어야 제대로 된 백세 인생일 것이다. 


한원주 선생은 이 책에서 일제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시대의 격랑을 헤치면서 의사로 살아 온 자신의 90평생을 담담하게 반추했다. 뭔가 남다른 건강 비결이 실려 있음직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작가 스스로가 근 30년 이상 십이지궤양을 달고 산 환자의 몸이라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그렇다면, 현직 의사로서 아직까지 젊은이 못지않은 구십대의 노익장을 불태우고 있는 삶을 지탱해 준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경남 진주에서 일찍이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3.1운동을 주도했던 부모님 아래서 딸 여섯 중 셋째로 태어났다. 결혼 후 뒤늦게 의술을 배운 부친의 임지에 따라 마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해방을 앞뒤로 의대를 입학하고 졸업했으며, 한때 서울에서 산부인과 개인 병원을 열기도 했다. 6.25 직전 물리학자인 남편과 결혼했고, 유학 떠난 남편을 따라가 미국에서 인턴, 레지던트, 전문의 과정을 새로 밟았으며, 귀국 후 10년 넘게 내과 병원을 개원했다. 여기까지는 개화한 유복한 집안의 딸로 태어나 고등교육을 받고 초창기 여의사의 길을 걸으면서 평탄한 인생행로를 겪은 셈이었다. 식민지 시절과 해방, 전쟁이라는 험한 세월 속에서도 일시적인 어려움은 있을지라도 생이별과 같은 극한의 고통은 피할 수 있었다. 


1970년대 말, 물리학자이던 김희규 박사의 돌연한 죽음으로  인생행로에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이후 2016년 현재까지 경기도 남양주의 매그너스재활요양병원 내과 과장으로 재직하면서 누구보다 활기차고 왕성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또한 의료봉사에 몸담은 이래로, 매년 휴가철을 주로 해외에서 무료진료를 하며 지내고 있다. 노구의 건강을 염려하는 가족의 만류도, 틈틈이 재발하는 지병의 방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원주 작가의 백세 현역의 꿈은 이렇게 봉사와 신앙의 힘에 의해 무르익어 가고 있다.


인생의 전환기에 작가가 선택한 길은 기독교의료선교협회를 매개로 한 의료봉사, 곧 무료진료와 전인치유였다. 그 바탕에는 의료봉사의 길을 몸소 실천한 부친 한규상 선생의 모범과 모태신앙이던 기독교의 박애 정신이 있었다. 처음에는 개인 병원을 운영하면서 의교선교 진료소에서 짬짬이 의료봉사를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개인 병원의 문을 닫고 의료선교의원(나중에 ‘우리들의원’으로 개명)에 전념했다. 이런 봉사가 2008년까지 이어졌다. 이 시기 의료선교의원은 인간의 질병을 단순히 육신의 질병으로만 한정해 보지 않았다. 영혼의 고통과 사회의 적폐를 함께 치료해야 온전한 치료라는 ‘전인치유’의 개념을 정립했고 이를 앞장서서 실천했다. 


작가 한원주는 전인치료에 대한 관심으로 의료선교에 칼럼을 게재한 바 있다. <한원주, “전인치료진료소 확장 운영” 의료선교 통권 4호(1978.): 4f.> 관련 논문으로는  이태곤의 <치유목회의 실천적 방법과 교회성장>이라는 석사학위 논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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